2014.7.10


포항




바다 바로 옆이라

많이 습할줄 알았는데

선풍기 틀어놓고 잤더니

그래도 꽤 쾌적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7시에 먼저 눈이 떠져서

정섭이는 아직 자고있습니다


....못생겼습니다



잠시 후에 정섭이가 일어나서 절 보더니

....못생겼답니다



서로 또 얼굴 디스하다가

아침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어제 부산 파도보고 기대했겠지만

서핑하기에 부적합한 파도가 치네요



한 50미터쯤 걸으니 백반집이 있었습니다

아침도 정섭이가 샀죠





어디가서 사먹어도 평타는 치는

육개장입니다


육개장맛은

전국적으로 상향평준화

된 것 같습니다



컨테이너로 돌아와서

캔디크러시 하면서 밍기적 대다가

주섬주섬 출발준비를 마쳤습니다



역시 빨래는 하나도 안말라서 축축합니다

이런건 입고 달리면서 말리면 금방이긴 한데

바닷바람을 맞아서 그런가 엄청 간지럽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컨테이너 옆면의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밥 사주고 싶게 생겼습니다...ㅋ





"잘 자고 간다"

"가라 병장아"

"ㅋㅋㅋㅋㅋㅋ 갈게 ㅋㅋㅋ"



하룻밤 편안하게 쉬게 해준

윤병장에게 고마움을 표한 뒤

출발했습니다





혹시 지금 이거 생각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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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겠죠 뭐



영일만 해안도로를 따라서

포항을 떠납니다




사실 목포까지는 꽤 신나고

두근두근한 여행길 이었습니다

자꾸 새로운 풍경이 나오는게 재밌기도 했고요

그런데 제주도 찍고나서 부산부터는

목표가 없어진 느낌입니다




그런데도 달리는 이유는

영덕에는 대게가 있기 때문이죠

육개장 먹고 출발했으니

점심을 제끼더라도

대게를 먹을때까지

아무것도 안먹을겁니다





날씨가 화창해지니

바다가 되게 이뻐보입니다





해안으로 달리며 바다를 계속 보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이런 풍경을 보는것도

자전거여행의 맛이 아닐까 합니다




바다가 점점 이뻐집니다

기분도 점점 좋아집니다

바다 때문일까요?





아뇨

대게가 가까워졌기 때문이죠






강구에 도착했습니다

아버지 고향인 강구는

4년전에도 왔었지만 그땐 대게를 못먹어서

오늘 4년치 먹을겁니다




입맛을 다시고 있던 중

강원대 미식축구부 형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일요일까지 춘천에 올수 있으면 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연합 합숙을 삼척에서 하니

운동장도 한번 보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운동장은 한번 보고 싶네요



아무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대게가 절 기다립니다






이 다리도 4년만에 와봅니다





이렇게 사진을 같이 놓고 보니까 또 묘하네요






4년 전엔 없었던 아이언맨도 붙잡혀있네요

뭐 아무튼 멋있습니다


어떤가게로 들어갈까 하다가

가게앞에 나와계시던 사장님한테 영업을 당해서

그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남은수산" 이라는 가게였습니다

아직도 생글생글하신 사장님 인상이 기억에 남습니다



홍게는 한마리 3만원

대게는 5만원이군요



대게 4마리를 샀습니다

한마리는 제가 먹고

세마리는 집에 택배로 보낼 예정입니다



사장님이 분주하게 게를 삶으시고

저는 가게안으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대게도 비수기인지 저 밖에 없네요





곧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쭈꾸미



꼴뚜기


여기까지 찍고 대게가 나와서

밑반찬 소개는 여기까지만 합니다





크.... 찬란합니다


서비스로 홍게도 세마리 같이 삶아주셔서

한마리는 제가 먹고 두마리는 보냈습니다






살이 아주 꽉찼습니다

아 너무너무 맛있습니다


제 자전거 여행은 오로지 이걸 위해서 였나 봅니다



게를 게걸스럽게 처먹고

숨돌릴 틈도 없이

게딱지에 밥이 비벼져서 나왔습니다





아... 너무 맛있습니다 ㅠ



마지막으로

대게탕에 라면사리를 끓여 먹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이 하루를 위해서 였습니다

차라리 영덕으로 최단거리를 할걸 그랬습니다

물론 대게는 서울에서 먹어도 맛있겠지만

여행중에 먹으니 더 꿀맛입니다





대게의 감동을 뒤로하고 가게를 나오는데

사장님께서 미리 반쯤 녹여둔 얼음물을 주시며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십니다



삼척까지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7번국도 따라서 쭉 올라가면 된다고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오늘은 후포쯤 가면 해가 떨어질거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오늘의 목표는 후포입니다



후포를 향해서 열심히 달리던 중

영덕대게에 20만원을 쓴게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삼시세끼 컵라면입니다..



영덕을 벗어나서 한참 달리다

이번 여행 두번째 펑크가 났습니다



아직 길 한복판이니

수술을 감행합니다



<BGM - 하얀거탑 OST 中 B Rossette>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이번에는 능숙한 수술로

환자의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대로 조금 달리다

가장 먼저나오는 자전거포에서

튜브를 교체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달리다 영해라는 동네가 나왔습니다

튜브랑 타이어를 바꾸러 자전거포로 들어갔더니

자전거포 사장님이 대뜸 호통을 치십니다



"이런걸 타고 장거리 뛰는놈이 어딨니야~"



딱히 잘못한 건 없는데

막 죄송하고 그래서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그래도 깔끔하게 고쳐주셨네요



자전거를 고치고 나니 5시쯤 됐습니다

한시간쯤 더 달리다 잘곳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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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표였던 후포를 10km 남기고

고래불 해변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오토캠핑을 하고 계시는군요





여기가 공짜로 텐트 쳐도 되는 장소인지 물어본 뒤

텐트를 쳤습니다





오랜만의 텐트잠입니다

영덕대게에 20만원을 쓴 뒤

모텔잠 까지 하면 밥을 굶으면서 다녀야됩니다



이게 만약 첫날이었다면

텐트를 저렇게 쳐놓고 다쳤다고 뿌듯해 했겠죠



하지만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입니다





배수로까지 파놓고

삽은 바닥에 꽂아놓고 쉬고있으니

오토캠핑 할머니께서 오셔서

밥있는데 와서 먹으라고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ㅠ



텐트 내부를 보니

살림을 통째로 들고오신 간지가 납니다



이 두분은 자식들 다 키우고

부부끼리 전국을 돌아다니신답니다

고래불해변에 텐트치신지 5일째라고 하시는군요



밥 다먹고 배고프면 컵라면 끓여주신다는데

감사하지만 괜찮다고 했습니다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죠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코스는 어떻게 되는지

왜 이런 여행을 하기로 했는지

등등..



그러고 보니 제 여행의 목적이 좀 희미해졌습니다

출발할때 까진 잃어버린 열정 주워오기 였는데 말이죠..



영덕을 지나면서 여행의 목적이 대게가 됐나봅니다



아무튼 질문을 받았으니

제가 여행을 떠난 이유를 말씀 드렸습니다





....저렇게 말씀드리진 않았고

몸을 빡세게 굴리다보면

게을러진 정신머리가 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뉘앙스로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자

"그래 젊을땐 그런맛이 있어야지"

하시며 할아버지 젊은 시절에 다녔던

여행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안 가본 곳이 없으신 분이시네요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정동진에서 일출도 보고

대관령에서 양떼도 보고 가라고 하시네요

(참고만 했습니다)




밥을 다 먹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뒤

전 씻으러 왔습니다



오랜만의 야외샤워였지만

여행 10일차라 많이 뻔뻔해졌는지

화장실에서 그냥 막 훌렁훌렁 벗어제끼고

반합에 물을 받아서 끼얹었습니다



신나게 샤워를 하고 있는데

한분이 들어오셔서 저랑 눈이 마주쳤습니다

전 뻔뻔한상태라 괜찮은데

그분은 시선을 어디로 둘지 못 정하셨나 봅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전 다시 물을 끼얹고

닦고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텐트에서 자서 그런지

되게 쾌적한 기분이 듭니다

일요일까지 춘천가는게

가능한 일인지 지도를 보다가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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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거리

약 63km


이동시간

약 8시간

Posted by 쿼터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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